사실, 최근의 드라마에서 20대의 창창한 실장님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드라마의 장르가 복잡해지면서 따르는 직업의 전문화는 20대보다 훨씬 능숙해 보이는 30대의 남성들이 주인공 자리를 꿰어 찼으며, 겨우 20대 남정네들에게 돌아오는 자리라곤,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인 '백수'밖에 없으니, 대한민국의 내노라하는 20대 남주인공들께서 드라마를 공략하기란 도무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한 해였던 만큼, 새파란 20대의 미모가 브라운관을 행복하게 채워주실 기회를 놓쳐버린 것도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덕분에(?) 진정 "멋지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기에 아주 적절한 배우들을 발견할 수 있었으니, 이건 2007년 드라마의 역사에 가히 기억해야할 일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서른을 훌쩍 넘어 마흔줄에 다다르는, 혹은 불혹의 나이를 이미 드신 연세에도 캐릭터를 입고 훨훨 비상해 주시는 배우분들의 살아있는 눈빛을 보고 있노라면, 파릇파릇 창창한 20대의 설픈 연기력을 그저 미모에 맡기워 애써 용서하려는 아량을 베풀지 않고도, 충분히 아니 너무도 넘치게 캐릭터와 주고받는 교감을 마주하다가, 어느새 눈가 주름진 그분들의 미소에 가슴이 떨리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 세상에는 정말 멋진 배우들이 너무도 많은 것이다!
별순검 _ 흔들리지 않는 의지의 눈빛, 류승룡
별순검의 총지휘관인 강승조(류승룡)는 장황한 사건의 설명이나 강압적인 명령 대신, 강한 어조의 몇 마디로 사건을 일갈하고, 눈빛만으로 별순검을 선두지휘하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녔다. 이러한 극중 인물의 모든 강점을 흔들리지 않는 눈빛 하나로도 표현해내는 류승룡의 단단함은 <별순검>이라는 드라마를 미국 CSI의 그것만큼이나 독보적인 신뢰감을 보여주는데 구심점 역할을 해낸다.
범인이 범인이 아닐 수도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닥친 사건의 중심은 놓치지 않는 리더쉽은 그의 절제되고 흔들리지 않는 눈빛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이러한 그에게도 여진을 바라보는 눈빛에서 또 다른 그의 심리를 읽어버릴라치면, 가슴 한가운데를 치고 오르는 짜릿한 전율이 비단 나 혼자만 경험할 수 있는 카타르시스는 아니리라.
얼렁뚱땅 흥신소 _ 눈빛 하나만으로 멜로를 제압하다, 박희순
백민철. 그는 분명 조직내 보스로써 마무리 지어야할 과중한 업무를 띠고 정희경(예지원)에게 접근했을 터였다. 그녀를 향한 저녁 노을 아래의 키스도, 어쩌면 그 "작업"중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남녀간의 에로스적인 사랑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야 겨우 보일락 말락했던 <얼렁뚱땅 흥신소> 안에서 백민철의 정희경을 향한 마음은 명백한 "멜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것은, 대사도 상황도 아닌 정희경역의 예지원과 백민철역의 박희순이 만들어 주는 이들의 아우라였다. 그녀의 목을 졸라도, 그녀의 뺨을 때려도, 그것은 사랑을 손바닥 뒤집듯 거꾸로 뒤집어놓은 증오라는 이름이었으며, 그녀를 못살게 굴수록 백민철이 정희경을 향한 마음은 누구도 속일 수 없는 사랑이었음을, 배우 박희순은 눈빛 하나로도 가슴 떨리게 "멜로라인"을 그 어떤 멜로드라마보다 강하고, 섬광처럼 짜릿하게 제공해 주었다.
한성별곡 _ 자신의 正을 지키고자했던 고독한 왕, 안내상
배우 안내상은 <한성별곡正> 이후에 S사의 <조강지처클럽>과 M케이블 드라마 <별순검>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지만, 역시나 그의 존재감을 만방에 떨칠 수 있었던 역은 바로 정조가 아니었나싶다.
왕이되 왕이기에 보여줄 수 없었던 깊은 내면의 고독함, 홀로 정사를 꾸려나가야 했던 괴로움, 집권 말기의 인간으로써 가질 수 밖에 없었던 두려움을 왕의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인간"으로써 표현해 내었던, 안내상만의 심성으로 끌어올린 연기였다. 이는 왕을 넘어 지도자로써, 리더로써의 한 인물이 자신의 正과 싸울때의 치열함을 보여줌으로써, 인간 대 인간으로의 연민을 가지고 극중 왕을 바라보게 하였으며 "왕"이라는 이름의 그들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도 있게끔 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드라마라는 문화 컨텐츠가 발달할 수록, 어리고 예쁘장한 20대 젊은 남성이 주연자리를 꿰어차고 오를 입지는 점점 좁아질 것이다.
드라마는 점점 더 전문화 되고, 다양해지고, 복잡한 인물들이 등장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우린 점점더 연령대가 높아지는 주인공들을 만나게 될 것이며, 중후하고도 섹시하며, 도회적인 중년미남배우들의 모습이란 것이, 외국인들에게만 허락된 영역이 아닌, 대한민국에서도 중후하고 섹시한, 멋진 중년배우들을 주인공으로 만나게 될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삶에 대한 연륜과 연기력이 캐릭터에 스며들제, 우린 그저 그들에게 미칠 준비만 하고 있으면 되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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