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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감사원장· 前 CEO들, 儒學 공부로 `인생 2막` 연다

게디 2010. 2. 16. 10:14

前 감사원장· 前 CEO들, 儒學 공부로 `인생 2막` 연다
전윤철 前 감사원장ㆍ삼성 前 CEO들

정상에 올랐던 사람들이 돌아보는 자기 삶은 어떤 모습일까.

`성공`이란 외길을 향해 질주했던 그들이 반환점을 돌아 맞는 인생 2막이 가야 할 길을 동양 학문인 `유학(儒學)`에서 찾기로 해 눈길을 끈다.

삼성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송용로 전 삼성코닝 사장(65), 박노빈 전 에버랜드 사장(64), 이중구 전 삼성테크윈 사장(64), 이우희 전 에스원 사장(63) 등은 최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석사과정 등록을 마치고 3월부터 학생 신분으로 학교를 다니게 된다.

성균관대 동문이기도 한 송 전 사장은 "마음 속에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했던 기업 경영을 손놓고 나니 그동안 중책을 맡아 일해 왔던 내 모습을 되돌아 보고 싶었다"며 "(은퇴 후)목표 상실감이 있었는데 자신을 붙들어 매고 정진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고 했다.

송 전 사장은 "(사장 시절)생활의 지혜를 얘기할 때 사자성어를 자주 인용했는데, 정말 제 뜻을 알고 썼다기보다 들은 풍월로 갖다 쓴 게 지금도 너무 부끄럽다"며 "진정한 뜻을 알고 썼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겸연쩍어 했다. 그는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큰 에너지를 쏟을 수는 없겠지만 지금까지 수박 겉핥기식으로 알았던 삶의 지혜와 인생 철학을 깊이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삼성테크윈 CEO에서 물러난 이중구 전 사장은 "자기 인생도 돌아보고 좋은 말씀도 많이 듣고 싶었다"며 "관심이 많았던 고전도 연구하고, 개인 성찰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 전 사장은 지난해에도 박물관대학 1년 과정을 다니며 역사와 고전 공부를 한 학구파다. 그는 "유학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커다란 가르침이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제대로 공부하는데 재미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노빈 전 에버랜드 사장과 이우희 전 에스원 사장도 유학대학원에서 공자의 가르침을 통해 인생을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을 예정이다. 두 사람 모두 다소 아픈 기억이 있는 터라 유학을 대하는 소회도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학문 연구`라는 뚜렷한 목적 의식을 갖고 유학대학원에 등록한 이도 있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71)이다. 면접 시험에서 "나이 들어 공부하게 된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그는 "유교 철학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와는 맞지 않다는 주장이 있는데 그 본질이랄까, 실체를 한번 규명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유교 문화권인 싱가포르는 발달된 자본주의 국가고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면서도 G2 지위에까지 올랐는데 이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라며 "한국 지식인과 경제정책을 하는 정부 관료들은 유교를 어떻게 관련시켜 봐야 할 것인지 평소에 궁금했다"며 연구 의욕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