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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트 로커 - 올해의 영화

게디 2010. 3. 8. 22:53



8일 오전(한국시간) 열린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은 ‘허트 로커(The Hurt Locker)’였다. ‘허트 로커’는 올해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에 걸쳐 6개의 오스카를 들어 올리며 최고의 영화로 등극했다.

‘허트 로커’의 이런 선전은 이미 도박사들도 예견한 바 있다. 한 베팅전문사이트(easyodds.com)는 지난 4일 ‘허트 로커’가 작품상과 감독상의 수상이 확실시 된다고 전망했다. 물론 ‘아바타’와 치열한 접전을 벌일 것이라고도 예상했지만 우선 순위에서는 ‘하트 로커’라는 것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럼 도박사들까지 매료시킨 ‘허트 로커’의 매력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허트 로커’가 반전영화라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영화는 이라크 전에 참가한 미 육군 폭탄해체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매일 목숨을 걸고 폭발물을 해체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전쟁이 인간에게 주는 정신적 고통을 각 군인들의 심리로 표현해냈다. 특히 ‘K-19’ ‘폭풍속으로’ 등을 만든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 특유의 남성미 물씬 풍기는 연출은 영화 속 화약 냄새와 폭탄 해체 담당 군인들의 떨리는 심정 사이에서 오가는 묘한 간극을 잘 조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허트 로커’에서 나타나는 ‘반전 메시지’가 현재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이라크 전쟁을 일관되게 반대해왔다는 점과 맥을 같이한다는 것에서 눈길을 끈다. 물론 오바마 정권이 들어선 이후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이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지만 그가 전쟁을 종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 의미를 준다. 따라서 오바마를 지지한 ‘반 보수적인’ 미국민들의 ‘반전’성향이 이번 ‘허트 로커’가 ‘아바타’를 밀어내고 오스카를 거머쥐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전통적으로 보수주의를 택한 아카데미가 이번 시상식에서 여러 가지 보수의 틀을 깬 모습을 보인 것도 이 같은 주장을 방증한다.



그러나 ‘허트 로커’에 대한 호평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는 한 때 사실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는 점에서 마냥 지지할 수는 없다는 것이 바로 그 것. 실제 이라크 전에 참전했던 일부 미군들은 이 영화가 전투내용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을 냈고, 한 참전 군인 역시 영화 속 몇몇 장면을 두고 “마치 소방관이 소화기 하나만 들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같다”고 말하는 등 미 언론은 ‘허트 로커’의 문제점을 보도한 바 있다.

그럼 호불호가 오가는 ‘허트 로커’에 대한 영화팬들의 선택은 어땠을까. 아직 한국에서 개봉되지 않아 그 반응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북미지역만을 놓고 봤을 때 ‘허트 로커’는 썩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허트 로커’는 지난 해 6월 개봉해 불과 147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데 그친 것. 이에 반해 ‘아바타’는 북미에서만 7억 2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려 ‘허트 로커’에 비해 무려 48배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