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디자이너?…사회·심리학부터 가르쳐라"
한국경제 | 입력 2011.09.28 18:34 | 누가 봤을까? 20대 여성, 서울
디자인사관학교 伊 '도무스 아카데미' 알베르토 보니솔리 학장
'창의 경제 시대의 디자인' 특강
기술보다 사람을 먼저 알아야
열린 기업가·인재의 만남이 이탈리아 디자인 산업 꽃피워
'모든 디자인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디자이너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은 사회학 심리학 인류학을 이수해야 한다. 기술을 좇는 것보다 인간을 이해하는 게 더 좋은 디자이너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
1982년 이탈리아 밀라노에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석사 과정 전문 디자인 학교 '도무스 아카데미(DA)'의 교육 철학이다. 이 학교의 설립자 마리아 그라치아 마조치는 설립 당시를 회고하며 "당시 이탈리아 디자인 전통은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었지만 정작 이탈리아 안에서는 디자인 문화가 소멸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마조치는 디자이너들이 각자의 방에 갇혀 작업에 몰두하면 할수록 이들의 아이디어가 디자인 산업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살아 숨쉬는 디자인 아이디어와 다양한 문화를 서로 나누고 전문적인 디자인 교육을 할 수 있는 학교를 세운다. 내년이면 30주년을 맞는 도무스아카데미는 패션디자인,건축디자인,비즈니스디자인 등의 분야에서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명성을 쌓아왔다.
올해 글로벌인재포럼은 21세기 디자인 인재 발굴 및 산업과의 연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알베르토 보니솔리 도무스아카데미 학장을 초청,오는 11월3일 '창의 경제 시대의 예술과 디자인'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갖는다.
◆"디자인은 결과보다 과정"
밀라노는 피렌체의 이국적인 풍경도,베니스의 낭만도,로마의 역사도 없다. 그러나 프라다 · 돌체앤가바나 · 구찌 등 명품 브랜드가 줄지어 선 거리 몬테나폴레오네가 있고,세계 최고의 디자인 잡지 '도무스' '인테르니' 등이 발행된다. 대규모 가구 박람회로 해마다 수십만명의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디자인의 도시다. 세계 디자인 산업을 주무르는 밀라노의 성공 뒤에는 실력 있는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시장에 내보내는 디자인 스쿨이 있다.
세계 최초 석사 과정 전문 디자인 학교 '도무스아카데미'는 디자인을 가르치기에 앞서 사람에 대해 가르친다. 이 학교는 1982년 설립 첫해부터 사회학 문화인류학 심리학 등을 필수 교과과정에 넣었다. 보니솔리 학장은 "인간적인 접근 없이는 좋은 디자이너가 될 수 없고,어떤 종류의 디자인이든 과정이 결과보다 중요하다고 믿었고 그 철학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과정을 중시하는 도무스 아카데미에서는 '문제 해결'보다 '문제 설정'이 먼저다. 좋은 디자인은 환경 재료 기능 서비스 등 모든 부분의 문제점을 낱낱이 드러내놓는 분석 과정에서 나온다는 믿음 때문이다.
◆"현실 적용 가능한 산학연계가 핵심"
"다리가 두 개뿐인 의자를 만든다고 가정해보세요. 누가 이 의자에 앉을 것인지,어느 회사가 생산할 수 있을지,문제가 생기면 회사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도무스 아카데미의 수업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 중 하나다. 아이디어가 실현 가능한지 따지는 다각적인 접근이 학생들의 시야를 넓힌다. 당장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든다는 밀라노의 프레타 포르테(기성복)시장의 철학과도 맞물린다.
교수진은 80%가 현직 프로들이다. 학생들의 90%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외국인들.지안프랑코 페레(현 크리스찬 디올 수석 디자이너),에지오 만지니,스테파노 지오반노니 등 이탈리아 디자인 업계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유명 명품 브랜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디자이너 교수진에 학교는 실무 프로젝트를 요구한다. 교수는 학생들의 튀는 감성과 아이디어에 자극받아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간다. 학생들은 디자인과 비즈니스가 만나는 접점을 경험하게 된다.
보니솔리 학장은 "열린 사고의 기업가와 가능성이 있는 디자이너의 만남이 이탈리아 디자인 산업을 꽃피울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보니솔리 학장은… 국제감각·경영 능력 겸비한 '디자인계 선지자'
알베르토 보니솔리 도무스아카데미 학장(사진)은 '디자인계 선지자'로 평가받는다. 그와 함께 일했던 세계 각국의 동료들은 "그가 경영 능력을 겸비한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켈 드래비에 이탈리아 보코니대 경영대 교수는 "보니솔리는 국제적 감각과 경영 능력을 겸비한 디자이너"라고 평가했다. 멕시코 패션 콘퍼런스인 Mexico CEDIM의 주관 업무를 담당하는 마리비 아발로스는 "그의 비전에 감동해 도무스아카데미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고 전했다.
이런 평가는 보니솔리가 걸어온 길과 맥을 같이한다. 그는 보코니대 경영대에서 혁신 경영과 국제 협력을 접목한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유럽 직업훈련재단(European Training Foundation)에선 원거리 학습 사업의 실무를 담당했다. 이탈리아 교육부의 자문 역할부터 다른 나라의 교육 정책,산업기술 개발 분야에서도 컨설팅 업무를 맡았다. 경영 · 행정 · 교육 분야를 두루 경험한 덕분에 디자인 교육에서도 현실적이면서 혁신적인 커리큘럼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 평가다.
보니솔리는 현재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도무스아카데미의 학장을 맡고 있다. 1982년 설립된 이 학교는 디자인 · 패션 · 건축 분야의 세계 최초 석사 전문 대학원이다. 매년 세계 40여개국에서 온 200여명의 학생들이 이 학교를 찾을 만큼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2009년에는 비즈니스위크가 뽑은 '세계 30대 디자인학교'에 이름을 올렸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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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 경제 시대의 디자인' 특강
기술보다 사람을 먼저 알아야
열린 기업가·인재의 만남이 이탈리아 디자인 산업 꽃피워
'모든 디자인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디자이너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은 사회학 심리학 인류학을 이수해야 한다. 기술을 좇는 것보다 인간을 이해하는 게 더 좋은 디자이너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
마조치는 디자이너들이 각자의 방에 갇혀 작업에 몰두하면 할수록 이들의 아이디어가 디자인 산업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살아 숨쉬는 디자인 아이디어와 다양한 문화를 서로 나누고 전문적인 디자인 교육을 할 수 있는 학교를 세운다. 내년이면 30주년을 맞는 도무스아카데미는 패션디자인,건축디자인,비즈니스디자인 등의 분야에서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명성을 쌓아왔다.
올해 글로벌인재포럼은 21세기 디자인 인재 발굴 및 산업과의 연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알베르토 보니솔리 도무스아카데미 학장을 초청,오는 11월3일 '창의 경제 시대의 예술과 디자인'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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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석사 과정 전문 디자인 학교 '도무스아카데미'는 디자인을 가르치기에 앞서 사람에 대해 가르친다. 이 학교는 1982년 설립 첫해부터 사회학 문화인류학 심리학 등을 필수 교과과정에 넣었다. 보니솔리 학장은 "인간적인 접근 없이는 좋은 디자이너가 될 수 없고,어떤 종류의 디자인이든 과정이 결과보다 중요하다고 믿었고 그 철학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과정을 중시하는 도무스 아카데미에서는 '문제 해결'보다 '문제 설정'이 먼저다. 좋은 디자인은 환경 재료 기능 서비스 등 모든 부분의 문제점을 낱낱이 드러내놓는 분석 과정에서 나온다는 믿음 때문이다.
◆"현실 적용 가능한 산학연계가 핵심"
"다리가 두 개뿐인 의자를 만든다고 가정해보세요. 누가 이 의자에 앉을 것인지,어느 회사가 생산할 수 있을지,문제가 생기면 회사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도무스 아카데미의 수업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 중 하나다. 아이디어가 실현 가능한지 따지는 다각적인 접근이 학생들의 시야를 넓힌다. 당장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든다는 밀라노의 프레타 포르테(기성복)시장의 철학과도 맞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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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솔리는 현재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도무스아카데미의 학장을 맡고 있다. 1982년 설립된 이 학교는 디자인 · 패션 · 건축 분야의 세계 최초 석사 전문 대학원이다. 매년 세계 40여개국에서 온 200여명의 학생들이 이 학교를 찾을 만큼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2009년에는 비즈니스위크가 뽑은 '세계 30대 디자인학교'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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