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상가 일미식당의 밥솥 다섯 개
서울의 진면목은 높은 빌딩과 조선의 흔적에 있지 않다. 사대문 안 후미진 곳에 진짜 서울 사람들이 살고, 그들 삶의 현장이 진짜 서울이다.
낙원상가 지하에 시장이 있다. 제법 큰 시장이다. 어물전도 있고 웬만한 식품류는 다 있다. 업소용 식재료가 많은 것으로 보아 인사동 식당 주인들이 많이 찾을 듯하였다.
그 지하 시장 한 구석에 일미식당이 있다. 식당 안에는 테이블이 두 개 있고 바깥에 테이블이 놓인 공간이 따로 있다. 식당 안이 좁아 대부분 바깥의 공간에서 음식을 먹는다.
일미식당의 메뉴는 백반류이다. 청국장, 김치찌개, 돼지볶음 따위를 낸다. 단골들은 돼지볶음이나 두부부침 등에 막걸리 한 잔 하고 밥 먹는 코스를 선호한다.
일미식당의 청국장은 일단 짜지 않다는 것이 장점이다. 보통의 청국장집은, 맛이 안 나니 소금을 잔뜩 넣고 너무 짜니 다시 설탕 더하고 하는데, 여기 청국장은 심심하여 간을 했나 싶을 정도이다. 걸죽하지만 청국장 특유의 암모니아 향은 적다. 잘 삭힌 것이다.
반찬은 이것저것 집에서 먹는 것처럼 깔린다. 달걀 프라이가 반드시 나온다. 원래 여기에 생선이 한 토막 오르는데, 이 날은 일찍 떨어져 못 먹었다.
일미식당의 매력은 밥에 있다. 항상 갓 지은 밥을 내어놓는다. 쌀도 최상품이다. 쌀 포장지 보니 경기도의 고시히카리이다. 식당 중에 이만한 밥을 내는 데는 드물다. 인심도 좋다. 밥 먹는 동안 주인 아주머니는 밥 더 먹으라고 밥을 갖다 안긴다.
일미식당 밥이 맛있는 것은 묵혀두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 조그만 식당에 밥솥이 다섯이다. 위의 사진에 안 보이는 곳에 하나 더 있다. 저 솥에 밥을 한 가득 하지 않는다. 손님 오는 것을 봐가며 조금씩 자주 한다.
작고 허름한 식당이지만 정감이 가는 곳이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의 블로그에 포스팅된 글과 사진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자기 일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는 사람, 이를 통해 최고의 성과를 내는 사람을 프로라고 합니다.
이렇게 볼 때, 손님에게 맛있는 밥을 제공하기 위해 최고의 쌀과 밥솥 다섯 개를 사용하는 일미식당의 주인 아주머니야말로 진정한 프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맛 칼럼니스트를 감동시킨 일미식당 주인 아주머니.
이분에 비추어 볼 때, 여러분은 어떠하신지요?
나는 프로야, 라고 당당하게 말할 자신이 있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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