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 기업이자 대학생들이 일하고 싶은 직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대표 권오현, 윤부근, 신종균)가 실제로는 직원들이 자주 이직하는 '버티기 힘든 직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래가 확실한 초우량 기업인 데다 급여수준 또한 높지만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으로 인해 근무강도와 심적인 스트레스가 심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일하고 싶은 직장' 상위 30개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대학생 선호도 1위인 삼성전자의 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9년으로 집계됐다.
이번 분석은 한국마케팅협회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와 CEO스코어의 근속연수 조사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일하고 싶은 직장 순위 및 평균 근속연수 | ||||
순위 |
기업명 |
대표 |
근속 |
등급 |
1 |
삼성전자 |
권오현, 윤부근, 신종균 |
9 |
4등급 |
2 |
현대자동차 |
김충호, 윤갑한 |
17.5 |
2등급 |
3 |
CJ E&M |
강석희 |
1.3 |
6등급 |
4 |
LG전자 |
구본준 |
8.3 |
4등급 |
5 |
제일모직 |
조남성 |
7.8 |
4등급 |
6 |
SK텔레콤 |
하성민 |
12.2 |
3등급 |
7 |
제일기획 |
임대기 |
5.6 |
5등급 |
8 |
CJ CGV |
서정 |
4.1 |
5등급 |
9 |
아모레퍼시픽 |
서경배 |
8.3 |
4등급 |
10 |
삼성물산 |
최치훈 |
8.8 |
4등급 |
11 |
기아자동차 |
이형근, 이삼웅 |
17.8 |
2등급 |
12 |
KT |
- |
19.6 |
1등급 |
13 |
삼성SDS |
전동수 |
9.2 |
4등급 |
14 |
국민은행 |
이건호 |
16.2 |
2등급 |
15 |
포스코 |
정준양 |
18 |
2등급 |
16 |
S-Oil |
나세르알마하셔 |
14.9 |
2등급 |
17 |
현대카드 |
정태영 |
5.2 |
5등급 |
18 |
유한양행 |
김윤섭 |
9.8 |
4등급 |
19 |
아시아나항공 |
윤영두 |
9.5 |
4등급 |
20 |
삼성생명보험 |
김창수 |
10.9 |
3등급 |
21 |
CJ오쇼핑 |
이해선 |
6.1 |
4등급 |
22 |
대한항공 |
지창훈 |
13.8 |
3등급 |
23 |
LG디스플레이 |
한상범 |
4.7 |
5등급 |
24 |
현대백화점 |
김영태 |
7 |
4등급 |
25 |
두산중공업 |
박지원 |
12.5 |
3등급 |
26 |
LG생활건강 |
차석용 |
9.1 |
4등급 |
27 |
LG패션 |
구본걸 |
4.3 |
5등급 |
28 |
SK C&C |
정철길 |
6.3 |
4등급 |
29 |
카페베네 |
김선권 |
1.5 |
6등급 |
30 |
CJ제일제당 |
김철하 |
6.6 |
4등급 |
500대 기업 평균 |
10.3 |
- | ||
자료 : CEO스코어 / 단위 : 년 |
삼성전자의 평균 근속연수 9년은 500대 기업 평균치인 10.3년보다 1.3년 짧다. 또 500대 기업의 근속연수 평균치를 기준으로 표준화한 6개 등급 가운데는 4등급에 속했다.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상위 30개 직장 중 삼성전자보다 등급인 높은 1~3등급을 받은 기업은 총 10개 회사였고, 삼성전자와 동일한 4등급은 총 13개였다. 또 이보다 낮은 5~6등급은 7개사에 불과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생산직에 젊은 사람들이 많은 데 진로 변경 등으로 인해 이직이 잦다보니 상대적으로 근속연수가 짧은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역시 생산직 비중이 높은 현대자동차(대표 김충호, 윤갑한)는 직원 평균 근속연수가 17.5년으로 삼성전자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전자업종이 자동차업종에 비해 근속연수가 짧은 편이라는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국내에 적수가 없을 정도로 초우량기업인 삼성전자의 근속연수가 평균을 밑도는 것은 삼성그룹의 기업문화와 연관이 있다는 해석도 제기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로는 역시 성과와 능력주의 관리방식에 따른 중압감, 노조를 허용하지 않는 조직풍토 등이 꼽힌다.
삼성전자의 성과주의 원칙은 오늘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이에 국내외 기업들이 본받아야 할 모델이란 평가 속에 삼성전자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그렇지만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무노조 원칙과 지나친 효율 및 철저한 성과와 보상 방정식이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대표적으로 2010년 우울증을 앓다 투신 자살한 삼성전자 L부사장은 지나친 성과주의가 나은 폐해의 표본으로 지적된다. 당시 유족들의 진술과 L부사장의 유서에 따르면 업무부담이 자살 원인으로 지목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그룹 내에서도 최고의 브레인들이 모여 있는 조직이고 이에 따른 성과경쟁 또한 여느 계열사보다 치열하다”며 “최고의 연봉을 주는 만큼 업무 강도 또한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자동차 대비 삼성전자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절반 수준인 것에 대해 “업종의 특성 자체가 다른 부분도 있지만, 노조 유무가 가장 큰 이유”라며 “삼성전자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이 없는 가운데 성과로 모든 것이 판단되다 보니 심적 압박을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어 근속연수가 짧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 이어 대학생들이 일하고 싶은 직장 3위에 오른 CJ E&M(대표 강석희)도 직원 평균 근속연수가 1.3년에 불과했지만 변화가 빠른 문화 콘텐츠 기업이라는 특성이 있어 제조업과 단순 비교가 어렵다.
또 이 회사는 2010년 9월 설립돼 3년이 조금 넘어 근속연수가 다른 기업에 비해 짧을 수밖에 없다.
일하고 싶은 직장 10위 안에 포함된 기업 중에는 삼성물산(대표 최치훈)이 8.8년, LG전자(대표 구본준)와 아모레퍼시픽(대표 서경배)의 근속연수가 8.3년, 제일모직(대표 조남성)이 7.8년, 제일기획(대표 임대기)이 5.6년, CJ CGV(대표 서정)가 4.1년으로 평균을 밑돌았다. 반면 SK텔레콤(대표 하성민)은 12.2년으로 평균을 넘겼다.
20위권 내에선 12위에 이름을 올린 KT의 직원들이 평균 19.6년 근무해 근속이 길었고, 포스코(대표 정준양)가 18년, 기아자동차(대표 이형근 이삼웅)가 17.8년, 국민은행(대표 이건호)이 16.2년, 에쓰오일(대표 나세르 알마하셔)이 14.9년, 삼성생명보험(대표 김창수)이 10.9년으로 평균을 상회했다.
이에 반해 유한양행(대표 김윤섭) 9.8년, 아시아나항공(대표 윤영두) 9.5년, 삼성SDS(대표 전동수) 9.2년, 현대카드(대표 정태영) 5.2년 등 4개사는 근속연수가 다소 짧았다.
30위권에서도 대한항공(대표 지창훈)이 13.8년으로 가장 길었고 두산중공업(대표 박지원)이 12.5년으로 평균을 상회한 반면, 나머지 8개사는 모두 평균을 밑돌았다.
8개사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LG생활건강(대표 차석용)이 9.1년, 현대백화점(대표 김영태)이 7년, CJ제일제당(대표 김철하)이 6.6년, SK C&C(대표 정철길)가 6.3년, CJ오쇼핑(대표 이해선)이 6.1년, LG디스플레이(대표 한상범)가 4.7년, LG패션(대표 구본걸)이 4.3년, 카페베네(대표 김선권)가 1.5년으로 집계됐다.
이중 LG디스플레이와 LG패션은 설립된 지 각각 28년과 60년이나 됐음에도 상대적으로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짧은 것은 제조업 특성상 직원들의 부침이 심한 결과로 분석됐다. 카페베네도 매장 정직원의 이직이 잦아 설립된 지 5년이나 지났지만 평균 근속연수가 짧았다.
한편 대학생들이 일하고 싶은 직장 상위 30개사 중 그룹별로 살펴본 결과 삼성이 6개 계열사를 이름에 올려 가장 많았고, 이어 LG와 CJ가 4곳, 현대자동차가 3곳, SK가 2곳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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