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등부 우승을 차지한 함성중학교 선수들 ⓒ플라마 김태석 |
| ‘제6회 대교 눈높이 춘계 한국여자축구연맹전’ 초, 중, 고등부 대회가 많은 이야기를 남긴 채 지난 9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어느 대회보다도 치열한 대회였다. 땀과 눈물도 많았고 승리의 웃음도 운동장 한 가득을 메웠다. 비록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이 다소 부족한 상황에서 힘겹게 진행된 대회였지만 이들은 푸른 바다 넘실거리는 제주도에서 수많은 추억을 가슴에 품고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수많은 추억이 가득했던 ‘제6회 대교 눈높이 춘계 한국여자축구연맹전. 소녀들의 파이팅이 넘실거렸던 이번 대회의 뒷얘기를 살짝 살펴보자.
|
|
|
춘계연맹전 대회 최연소 선수가 된 조민아(만6세) ⓒ플라마 김태석 |
| ▲ 호성초등학교를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
표선 한마음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벌어진 초등부 조별예선에서 가장 시선을 모았던 것은 우승후보 감곡초등학교, 성덕초등학교의 조별 예선 전승, 심원초등학교가 속한 숨가빴던 D조의 순위다툼이 아니었다.
오히려 예선탈락의 쓴 잔을 맛본 호성초등학교가 경기장을 찾은 관중의 시선을 한껏 모았다.
올해 3월 29일 여자축구팀을 창단한 후 4일 만에 한국여자축구연맹이 주관하는 전국대회에 모습을 보인 호성초등학교는 잘 훈련된 다른 팀과는 달리 말 그대로 축구를 처음 배우는 어린 선수들의 팀이었다. 때문에 조직력, 개인기 등과 같은 경기력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팀이었다.
하지만, 호성초등학교는 반란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역사적인 전국대회 데뷔전에서 대구 상인초등학교에 0-3으로 완패당하며 호된 신고식을 경험했지만 전북의 삼례초등학교를 4-0으로 완파하며 역사적인 전국대회 첫 승을 기록한 것.
당초 한 골이라도 득점했으면 좋겠다는 분위기를 뛰어넘어 강민지의 두 골과 정혜수의 한 골, 그리고 상대의 자책골을 묶어 역사적인 대회 첫 승을 화려하게 장식한 것이다.
호성초등학교는 강력한 우승후보 성덕초등학교를 꺾으면 대회 8강을 노릴 수 있는 위치에 올랐지만 역시 실력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0-4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한편 이 경기에서 호성초등학교는 또 하나의 기록을 세우게 된다. 다름 아닌 대회 역사상 최연소 선수가 호성초등학교의 유니폼을 입고 피치 위를 밟은 것. 3번 등번호를 달고 활약한 조민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성덕초등학교에 연이은 실점을 허용하며 사실상 대회 8강 진출에 실패하자 호성초등학교는 2000년에 출생한 ‘즈믄둥이’ 조민아를 경기에 투입하며 관중의 시선을 모았던 것.
올해 만 6세로 흘러내리는 유니폼이 다소 불편해 보일법한 모습이지만 어린 아이 특유의 발랄함을 한껏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경기 승패와는 상관없이 볼이 넘어오면 그저 볼을 향해 무작정 달려 보는 이로 하여금 폭소를 자아내기도.
호성초등학교의 최전방 공격수로 무려 24분이라는 기념비적인(?) 출장기록을 남긴 조민아가, 다음 대회에서는 얼마만큼 성장 된 모습으로 나올지 벌서부터 궁금해졌다.
|
|
|
벤치에서 선수를 지도하고 있는 광영중 기은경 코치 ⓒ플라마 김태석 |
| ▲ 광양중앙초등학교의 ‘숨겨진(?)’ 지도자, 광영중학교 기은경 코치
광양중앙초등학교, 광영중학교, 광양여고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전라남도 광양에 소재한 여자축구팀이다. 서로 이웃을 두고 절친하게 서로 연락을 주고받을 정도로 돈독한 관계인 이들은 이번 춘계연맹전에서도 어김없이 서로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아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인상깊었던 부분은 광영중학교의 기은경 코치. 광영중학교의 벤치에서 언제나 뜨거운 목소리로 선수들을 지도했던 그녀는 비단 광영중학교 경기뿐만 아니라 광양중앙초등학교나 광양여고 선수들에게도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노련함을 선보였다.
물론 해서는 안 되는 ‘불법(?)’이다. 박옥희 광양중앙초등학교 감독이 버젓이 벤치에서 소리높여 지도하고 있음에도 기은경 코치는 표선 한마음 초등학교 운동장에 자리 잡은 미끄럼틀, 나무밑에서 은폐, 엄폐와 기도비닉을 시도하며 주심 몰래 어린 선수들의 위치를 바로잡아주는 등 총력을 다하는 모습.
결국, 4일 벌어졌던 인천 가림초등학교와의 경기에서 주심에 발각되어 한 차례 구두 경고를 먹고 말았다. 비록 구두 경고를 먹은 뒤 멋쩍은 표정을 짓고 관중석으로 돌아오고 말았지만 어린 선수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조금은 엿볼 수 있었다.
그나저나 기은경 코치가 없어서일까?
광양중앙초등학교는 가림초를 꺾고 조 1위로 예선 통과한 뒤 동해초등학교, 성덕초등학교를 연이어 연파하며 결승에 올랐다. 하지만, 기은경 코치가 소속된 광영중학교가 준결승에서 패해 짐을 싸서 돌아간 뒤 광양중앙초등학교는 아쉽게도 우승 문턱에서 감곡초등학교에 패해 준우승을 만족해야 했으니 어쩌면 광양중앙초등학교의 이번 돌풍은 기은경 코치의 ‘보이지 않는 힘’도 어느 정도 작용했나 보다.
|
|
|
헹가래 덕분인가? 정신이 하나도 없다고 답한 이성천 감독 ⓒ플라마 김태석 |
| ▲ 이성천 감독, ‘아휴, 무슨 말을 하는지 정신이 없습니다.’
연장전까지 가는 대접전, 그리고 이어진 승부차기에서의 피 말렸던 승부.
김슬아의 침착한 선방으로 꿈처럼 여겨졌던 춘계연맹전 우승이 현실화되는 순간 벤치에서 환호성을 지르며 운동장으로 뛰어든 포항 여자전자고등학교의 이성천 감독은 인터뷰 내내 벅차오르는 감격을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장호원고등학교와의 힘겨운 사투 끝에 포항 여자전자고등학교의 대회 첫 우승을 안긴 이성천 감독은 “선수시절에는 몰랐는데 지도자라는 게 이토록 힘겨운 것인지 몰랐습니다.”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기자들의 끊임없는 질문에 “아유 우승을 해서 그런지 제가 지금 무슨 말하는지 정신이 없습니다.”라며 너털웃음을 지어 보이기도. 창단 후 첫 전국대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아올렸기에 격앙된 그의 모습에서 마치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마저 묻어나왔다.
|
|
|
함성중학교의 화끈한 우승 뒷풀이! ⓒ플라마 김태석 |
| ▲ 함성중학교의 준비된 우승 세레머니
대회의 피날레를 장식한 중등부 결승전에서 여민지의 두 골로 짜릿한 역전승을 맛본 함성중학교는 반드시 우승해서 준비된 세레머니를 펼쳐야겠다는 다부진 각오로 경기장에 들어선 듯하다.
시상식 후 갑자기 카메라를 들고 있는 필자에게 달려온 주장 김지혜가 선뜻 사진을 찍어달라며 갑자기 상의를 들어올린 것.
상의 안에 겹쳐 입은 흰 티에는 함성중학교의 우승을 자축하는 멘트와 왠지 남자친구를 연상케 하는 이니셜로 가득했다. 반드시 사진을 찍어 뉴스로 다뤄줘야 한다는 강력한 요구를 했던 김지혜는 화끈한 우승 세레머니가 끝난 후 ‘형! 다음 대회에도 또 만나요. “라는 여자아이답지 않은 당찬 기백을 보이며 경기장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
|
|
'지금 사진찍지 마세요!' 함박웃음 짓는 장호원고의 양희원, 박세라 ⓒ플라마 김태석 |
| ▲ ‘부끄러워요, 예쁜 사진 좀 찍어주세요.’
이번 대회를 취재하며 필자가 선수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꽃다운 나이의 소녀들, 그리고 거친 스포츠의 대명사 축구. 왠지 어울리지 않을 법한 이들의 조합에서 나오는 사진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들이 맘에 들지 않았나 보다.
공중볼을 경합하는 사진, 태클에 걸려 넘어지는 사진등 표정이 일그러질 수밖에 없는 사진에서 ‘이런 사진좀 올리지마세요’라며 따지듯 투정을 부리는 모습은 ‘축구선수’가 아닌 ‘소녀’로서의 이미지 그대로였다.
하지만, 필자는 꿋꿋이 경기 사진을 담기 위해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처음에는 기사용으로 쓰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지만 이후에는 이들의 작고 소중한 추억을 사진에 담아 영원히 기록하고 싶었던 개인적인 욕심이 커지고 말았다. 짧은 열흘 기간 동안 사진을 찍다 보니 어느새 천여 장이 넘는 거대한 양으로 불어나 사실 난감하기도 하지만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건 무엇 때문일까?
여전히 엄청난 양의 사진들을 짬짬이 정리하느라 조금 피곤하지만, 절대 귀찮거나 그렇지는 않다. 그들의 아름다웠던 모습들을 CD로 저장해 보내줄 생각이다. 이번 춘계 연맹전에서 자신들이 활약했던 그 순간순간들이, 먼 훗날에도 소중히 간직될 추억으로 가슴 속에 자리 잡길 바란다.
[플라마ㅣ김태석] ktsek77@eflamma.com
가장 깊고 맑은 축구이야기, 대한민국 축구의 불꽃 - 축구공화국 | 플라마 - 저작권자 ⓒ 플라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www.eflamma.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