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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드라마 `메리대구 공방전`-스팩타클 보다 유치함이 좋은 이유!

게디 2007. 5. 19. 17:08

 

 

나는 드라마가 싫다.

흔해 빠진 삼각관계가 싫다.

뻔한 출생의 비밀을 알아내려는 수작도 싫다.

외로워도 슬퍼도 안우는 들장미 소녀 캔디 같은 여성들도 이제는 지겹다.

 

드라마 보는 시간에 글을 쓰는 이유는 아마도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냥 단순하지만 유쾌한 드라마라면 만사 제치고 보는 경우는 있지만 그렇게 흔치는 않다.

 

얼마전 SBS는 박신양 주연의 '쩐의 전쟁'이 방송되고 있고 MBC는 '메리대구 공방전'(이하 '메리대구...')이 방송되고 있다.

언론은 '쩐의 전쟁'의 보도에 주력하고 있고 시청률도 이 드라마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금융권의 어두운 단면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세상 문제중에서 가장 골치아픈 문제가 돈 문제와 정치 문제가 아닐까? 나는 그런 이야기가 싫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드라마는 '메리대구 공방전'이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이 드라마가 별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회를 놓친 나는 2 회를 보고나서 뒤늦게 첫 회를 보게 되었다.

여성 전문 포탈인 마이클럽에 연재된 '한심남녀 공방전'이 원작인 이 작품은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여인과 삼류 무협소설을 쓰는 남자가 그 주인공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태어난 메리와 대구탕을 좋아하는 가족덕분에 이름을 가진 대구의 좌충우돌 헤프닝을 다룬 이야기이다.

 

원작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황당한 설정과 이야기에 눈길을 끌 수 밖에 없었다.

'연애시대'로 주목을 끌었던 이하나가 황메리' 역을, '올드 미스 다이어리'의 훈남으로 인기를 끌었던 지현우가 강대구 역을 맡았다. 산만하기 짝이 없는 구성과 엽기발랄한 장면들이 연이어 이어지는 이 작품은 마치 주성치 영화 스타일의 황당함과 얼마전 일본과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일드(일본 드라마)인 '노다메 칸타빌레'의 스타일과도 닮았다.

 

사실 얼마전 '노다메 칸타빌레'를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런 드라마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드라마 리뷰로 올렸던 적이 있다. 그런데 정말 그 꿈이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면에서 이 작품을 맡은 고동선 PD와 김인영 작가의 임무가 막중하다고 생각된다.)

 

 관련기사  

노다메 칸타빌레-한국드라마가 배워야 할 드라마!

 

 

 

 

 

이하나가 보여준 메리의 모습은 '노다메 칸타빌레'의 노다메 역을 맡은 우에노 주리와 많은 공통점을 보여주고 있는데 얼굴은 분명 미인형인데 부시시한 얼굴에 지저분한 행색을 일삼으며 공짜와 세일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심지어 땅그지로 오해받을 수도 있는...) 아줌마 같은 여자들이다.

 

메리의 경우 공짜 쿠폰의 찬스에 강하며 화장품 샘플이 떨어지면 즉시 아무렇지 않은 듯 샘플을 구하러 백화점으로 향한다. 아직 백조이지만 쨍하고 볕들날을 기다리고 있으며 어떤 아르바이트도 닥치는대로 하고 있다. 자동차 행상을 하는 분들에게는 자신의 목소리로 녹음된 테이프로 매상에 힘을 주고 있고 삼류가수의 코러스에도 아무렇지도 않은듯 참여한다.

(여기서 특별출연으로 등장해주시는 '응삼이' 박윤배 씨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닉네임이 '현철'도 아닌 '현찰...'!!)

 

노다메 역시 메리와 마찬가지로 게으름과 더불어 낙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세일에 집착하며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며 누군가에게 빈대붙는 것도 좋아한다.

(이것 역시 그러고 보면 메리와도 닮은 점이기도 하다.)

 

거기에 두 여인 모두 꿈과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 두 드라마가 표절은 아니더라도 닮은 꼴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밖에 없다. 

 

 

 

 

 

 

 '메리대구...'는 앞으로 이어질 두 남녀의 전쟁도 눈여겨 봐야할 것이지만 주변인물들의 모습에도 주목을 해야한다.

메리의 첫사랑이던 선도진(이민우)와 성형과 명품으로 치장한 이소란(왕빛나)의 등장이 이 들 두 커플에게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도 주목해야 한다.

 

 

하지만 정말 이 드라마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동네 사람들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마치 '쿵푸허슬'의 돼지촌처럼 뭔가 한 두가지의 남모를 비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치킨집 여주인, 구멍가게 아저씨, 미용실 아저씨 등의 사람들은 뭔가를 숨길듯 말듯 하면서 가공할만한 포스를 보여주고 있다.

 

이 것이 예사롭지 않은데에는 이 들 출연진의 모습에서 잘 알 수 있다.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향숙이~!'라는 대사를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감초배우로 손꼽히는 박노식을 비롯해서 왕년의 댄스그릅 '잼'의 여성 보컬에서 최근들어 연기에 물이 오른 윤현숙, 영화와 뮤지컬을 넘나들면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이병준까지 등장하고 있으니 이 드라마는 보통 케스팅이 아니다.

더구나 이 배우들 모두 개성으로 똘똘 뭉친 배우라는 점에서 앞으로 눈여겨 볼 인물들이다.

 

 

그러나 정말 복명은 의외로 다른 곳일 수도 있다.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변태(?) 뮤지션 '슈트레제만' 역을 맡았던 다케나카 나오토가 있었던 것처럼 '메리대구...'는 의외의 복병인 이영하가 대기중이다. 자상한 아버지 역을 주로 맡았던 그는 메리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민박업소(홈스테이)에 나타나 한바탕 소동을 벌일 예정이다. 앞에도 이야기 했듯 그동안 이미지를 그의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그리고 이 드라마가 단순한 스토리로 이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도 궁금해진다. 

 

 

 

 

 

앞에도 이야기 했듯이 이 작품의 장점이자 단점은 매우 소란스러움이다.

그러함에도 있어서 이 작품이 다른 작품보다 기대가 되는 것은 그 속에서도 뭔가 사람냄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도시의 고층빌딩에서 벌어지는 권력 암투나, 출생의 비밀과 같은 지긋지긋하고 뻔한 이야기보다는 결말을 알 수 없는 짜릿한 긴장감과 유머를 느끼고 싶다는 것이다.

만화적인 케릭터와 설정으로 작정하고 유치함을 진수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에도 충분한 계산이 들어간다는 것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내가 이 나이에 '스펀지 밥'이나 '심슨 가족'과 같은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이유는 유치함 속에서도 철처한 계산을 하여 사람들에게 웃음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이는 앞에서도 잠시 거론한 주성치 영화들도 마찬가지이다.

그의 영화가 매우 유치하고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희노애락이 모두 계산된 상태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을 볼 때 결코 작정하고 웃기는 작품들 또한 만만하게 볼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것이 내가 이 드라마 '메리대구 공방전'을 보면서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연 이 드라마가 한국형 '노다메 칸타빌레'가 될지, 아니면 흔해빠진 코믹 드라마로 남게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출처 : ★송씨네의 컬처 매거진★(Since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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