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http://www.diamondblog.jp/akihiro-gono/?m=200912&paged=2

2009.12.24-간아종 모임3-

일단 미리 사과드리지 않으면 안될 일이 있는대, 이번글도 길어졌습니다. 제일 길어요.
하지만 어제 가진 기자회견이라든지 해서 다음에 쓸것들이 쌓여있어서.
이 이야기를 언제까지고 질질 끌수 없게되어, 기합을 넣고 한번 써봤습니다.

하지만 그렇기는 해도 길긴하니까,
핸드폰으로 (이 블로그를)보시는 분은 지하철이나 화장실 갈때의 동반자 삼아,
또는 잠 못이루는 밤의 수면제 대용으로, 몇번에 나눠서 읽으시면 될거라 생각합니다.

이러저러해서, 저번주 토요일에 1년 9개월 만에 '간이종 모임'에 참석 했습니다.
훈련일정 때문에 좀 늦게 참석했는대, 제가 도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화제에 오른 이야기 주재가
'영유아기때 받은 복부의 수술자국은 크면서 어떻게 되는가?'라는 거여서,
거기서 제가 경험자로서 '몸이 수술자국 크기에 비해서는 그렇게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는대,
모임분들의 열렬하고도 열렬한 요청에 의해, 그 수술 자국을 보여드리게 되었습니다.


많은이들 앞에서 팬티 한장걸친 차림이 되는 직업을 가진 저이다 보니,
10명,20명 앞에서 배를 보여주는거야 아무것도 아닌지라 확 보여드렸지요.
'제대로 훈련해 둬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요.
그도 그럴게, 보여줬을 때 복근이 안 갈라져 있으면 멋이 없잖아요.
....뭐 그렇게 말해봐야, 제 복근은 왼쪽에 반밖에 안 남아있지만요.


제가 1살에 수술을 받았을 때, 종양을 적출하면서 늑골이 방해가 되기에
오른쪽 늑골2대를 때어내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지금도 다른 사람들보다 갈비뼈 수가 적습니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 제 오른쪽 복근은 거의 없습니다. 복근이 붙어야 할 뼈를 떼어내 버렸으니까요.

그래도 -90이나 -83에서 시합을 하던 시절에는 근육이 그다지... 라기보다도 거의 데피가 안 나왔었고,
그런 이유로 제 복근 한쪽이 없다는걸 눈치 못챈 사람도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유엡씨에서 시합했을때 계체량을 통과하고 계체대에 올라 포즈를 취한 사진에 대해,
해외 격투기사이트나 게시판에서

'고노의 복근은 쓰리팩이잖아!? 나머지 쓰리팩은 어디간거야?'
라는 게시글이 올라와서. 드디어 사람들이 눈치챌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어디간거냐고 말해봐야, 처음부터 없었으니까요.

그런대 이게 스포츠맨으로서는 정말 억울한 일인게 말이죠,
격투기를 시작할 무렵부터, 오른발잡이인대도 왼발이 더 킥하기 편하질 않나.
웨이트로 바벨런지를 할때도  왼발을 내딛을 때랑 오른발을 내딛을 때의 차이가 너무 심해서
왼발을 뻗을땐 잘되는대 오른쪽을 뻗을대는 힘이 잘 들어가질 않기도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복근운동을 할때 왼쪽에만 효과가 있다고 해야할까... 왼쪽만 힘들더군요.

'왜 그럴까?'라고 생각해 왔었는대, (역시)복근이 한쪽밖에 없어서 그런거겠지요.
하나 더 말하자면, 프로야구선수를 목표로 매일 저녁 로드웍을 하던 야구소년이였던 그 무렵부터
왼발을 내딛을 때만 힘이 들어가는게 느껴지는게,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오른발을 질질끌며 달리는 느낌이였습니다.

그렇게 지금까지 여러 운동을 하며 겪은 좌우의 차이나 좋지못한 밸런스도,
복근이 원인이라 생각하면 모든게 들어맞더군요.
야구도 격투기도 이 문제만 아니였다면 좀더 잘할수 있었고, 더 강해지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 왔는대,
그 문제에 대해 확실하게 알게 된건 올해 들어서 였습니다.

와다아저씨와 훈련을 하면서 각각의 운동에 맞춰서 신체를 올바로 사용하는 법을 배웠는대,
그걸(바른자세를) 스스로 의식하면서 운동을 하는 동안,
온몸의 신경이라 해야할지, 감각이 곤두서는게... 그래서 34살이 되서야 겨우 알게되었습니다.
좀 늦었지만요.....

그리고 그걸 알게된게 연패에 빠져있던 때고, 그 연패를 이유로 유엡씨에서 방출된 이후라 무척 억울했습니다.
나도 남들처럼 복근이 있었다면 분명 좀더 운동능력이 높았을거고, 좀더 강했을탠대.
분명 프로야구선수가 될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생각 밖에는 안들어서.

하지만 모임에서 제 배에 난 수술자국을 보여주면서,
'저는 (어릴적)수술 할때 종양적출에 방해가 되서 늑골을 때어낸 탓에 오른쪽 복근이 없어요.'
라고 말했더니, 모임에 참석한 의사선생님께,

'요즘에는 화학요법으로 종양을 작게 만든다음 수술을 하니까, 늑골을 때어내지는 않습니다만.
30년도 더 전에 화학요법이 지금보다 휠씬 뒤떨어진 시대였으니, 그런 방법 말고는 없었을겁니다.
늑골을 때어내지 않으면 적출 할수 없을 정도(크기)의 종양에서 살아남은 경우는 정말 드물어요.'
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걸 듣고, (그 동안) 억울해 하기만 했던 저 자신에 대해, 순간 깊이 반성했습니다.

복근이 없는건 억울하지만, 그래도 그 덕분에 이렇게 나 자신이 존재 할수 있는거다...
라고 가끔 생각하기는 했지만 이번에 반성하는 마음이 듣건,
역시 제가 살아있음에 그다지 감사하지 못하고, 그저 복근이 없다는걸 억울해 하기만 했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의사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제 생명이 얼마만큼의 행운이 만들어낸 결과물로서 존재하는지를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거기에 이번에 느낀 이 감정은, 결코 남과 비교해서 얻은 상대적인 것이 아닌,
절대적인 저 자신의 생명이 가진 무거움과 존엄함이자, 거기에서 오는 감사의 마음이였습니다.

요 근래에 밤에 베란다에 나갔을때 저 자신이 행복하다는걸 실감했다는 글을 쓴적이 있는대,
그렇게 매일의 삶 속에서 여러가지를 느끼기도 하고 생각하기도 할수 있었던것도,
그 33년 전의 수술 덕분에 지금 제가 이렇게 살아있기에 가능하다고,
그거에 비하면 복근 한쪽이 없는거야 별것아니지 않은가 하고.

그렇게, 저에게 있어 소중한 것을 재확인할수 있게되어,
그것만으로도 모임에 참가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그것 말고도 기쁜일이 또 있었습니다.

어제 저번 '간아종 모임2'에서 쓴 남자 중학생의 어머님으로 부터 문자가 왔는대, 거기에
"아들이 고노씨와 많은 이야기를 할수 있어서 기뻤던 모양이에요. 몇번이나 '재미있었어!'라고 하더군요."
라고 되있었어요.

모임에 참가하게 된 첫 동기가 저와 같은 병을 앓는 어린이나,
그걸 경험한 아이들의 영웅이 되어, 그 어린이들에게 힘을 줄수 있었으면 하는 그런 거였으니까,
(그 남학생이) 저와의 대화를 '재미있었어!'라고 말해줘서 정말 기쁩니다.

하지만 그건, 별로 제가 격투기선수라든가 하는 그런것 때문이 아니라,
평소 좀처럼  말할 기회가 없는, 부모보다 약간 젊은 어른과 대화를 한게 즐거웠다는 걸지도 모르고,
제가 처음 의도한것과는 조금 다른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기뻤어요.
앞으로도 여러가지로 노력해서, 이렇게 말해주는 아이들을 실망시키지 않을만한,
멋진남자가 되지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이상에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이 구원받은 귀중한 생명의 불꽃을 있는 힘껏 불태우며 살아야합니다.
그건 단지 오래 사는것이 아닌, 또는 소중한 생명을 소홀히 하겠다는 뜻이 아닌,
자신이 정열을 쏟고있는 것에 전심전력을 다해, 충실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런거라 생각합니다.

'인생이란건 겨우 50년 그 정도다. 일단 뜻을 품으면,
그 뜻을 이룰 수단을 강구해야하며, 적어도 약한 마음을 먹어서는 안된다.
설령 목표를 성취할수 없더라도, 그 목표를 이루려는 도중에 죽을 일이다.
죽고사는것은 자연현상이니 계산에 넣어서는 아니된다.'

'남자는 살아있는 한 이상을 가지고, 그 이상에  한 발자욱이라도 가까워져야하며 조금이라도 높이 올라가야 한다.'

라는 '료마가 간다.'의 한 구절이 떠올라, 불타오르기도 하고.

그렇게 모임에 참가를 하게되어,
지금은 제 쪽에서 여러가지로 배우기도 하고 깨닿기도 하고 있어서,
이제 더 이상 '내가 용기를 주는 존재가 되어야해!'라는 식의 생각은 안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생각은 제 큰 착각이 아니였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되려 힘을 얻는 쪽은 저니까.

그러니까 모임 분들은 격투기를 잘 몰라서 격투기 이야기를 해도 들어 줄수 없어
미안하다든지 하는 생각은 조금도 하실 필요 없습니다.
모임에 참가하게 해주시고, 모임 후 여러분과 같이 식사를하며 여러가지 이야기를 할수 있어서,
저야말로, 제 인생에 있어 긍정적이고 도움이되는 듯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모임 여러분들과의 시간속에서 여러가지를 깨닿고, 거기서 힘을 얻었습니다.

11월을 그 어느때보다 충실하게 보낸 저는,
일단 섣달그믐날(다이너마이트하는)을 대비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이렇게 애초부터 우측 복근이 없다는걸 쓴걸 보고 '그럼 고노는 간장치기에 약하겠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되려 간장치기에 맞아도 다른사람들 보다 덜해요.

간장이 장기중 유일하게 재생이 된다고는 하지만,
제 간장은 정상인 크기만큼 재생이 안된건지, 아니면 수술의 영향으로 신경에 뭔 문제가 생긴건지 몰라도
어ㅤㅉㅔㅆ든 간장치기에 충격을 받은적은 한번도 없어요.

노기씨 한태서 간장치기에 대한 내성을 길렀기 때문에 간장 몇대 때려봐야 전혀 아무런 느낌도 없습니다.
'다른사람이라면 충분히 괴로워 하고 남을 만큼 쎄게 때리는대 말이야..'
라며 노기씨가 신기해 하더군요. 분명 수술의 영향일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보디블로가 특기인 마하에게 간장치기를 맞아봐야 아무렇지도 않음.
마하! 사양하지 말고 맘껏 때려봐라!

3회에 걸친 장문을 함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왠지 요즘에는 제 생명에 대해 감사하는 생각이 드는게,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것저것 쓰고 싶어지는군요.

그렇다고는 해도, 살아있음에 감사함을 느끼면 느낄수록,
만약 내일 불의의 사고나 자연재해를 당해 목숨을 잃게 된다해도
후회가 없도록 하루하루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신의 존재를 다른이들에게 인정받을때 커다란 기쁨을 느끼는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저번 시합 이후 여러분이 써주신 리플에서
'(시합을 보고)힘을 얻었어요.' '그 삶의 방식에 자극을 받고, 의지하고, 제 자신이 겪는 고통에 투영을...'
라는 말들에 떠밀려서라도, 저에게 흥미를 가져주시는 모든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제 가슴속에 있는것들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내 마음을 전하지 못한채로, 만약 내일 내가 죽기라도 한다면...그건 절대 싫어!'라는 생각에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고백했다가 허무하게 차인 다음
'차라리 지금 당장 죽어버렸으면.'하는 마음이 되버리는 일이 자주있었는대.
그런 성격이 다시 표면화 된걸까요?

그런거라면, 그때와 같은 마음으로 가까운 시일내에 그 동안 마음에 두고있던 그 사람에게 대쉬를....
...같은 일은 절대 할수 없겠지요. 그런고로, 가까운 시일내에 나한테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다면
나는 그 마음을 고백해보지도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가게 될지도...

어ㅤㅉㅔㅆ든 3회 모두 함께해주신 분께선, 저를 상당히 아끼는 팬이라 생각합니다.
그도 그럴게, 그렇게 까지 저한테 흥미가 없으면 절대로 이런 긴 글을 읽어주지 않을태니까요.
거듭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럼이만!

(이하는 사진에 대한 별거아닌 넉줄짜리 잡답이라 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