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철환 HSG 휴먼솔루션그룹 성과관리연구소장
최미림 HSG 휴먼솔루션그룹 연구원
겨우내 두꺼운 옷 속에 숨겨온 살들. 얇아진 옷을 마주한 당신은 다이어트를 다짐한다. 하지만 식습관, 생활 습관 바꾸기가 어디 쉬운가? 노릇한 삼겹살이 곁들여진 회식 도중 살아난 식탐. 헬스장을 못 가게 가로막는 피곤함과 귀찮음. 당신의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요소는 곳곳에 숨어있다.
이러한 유혹을 뿌리치고 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여름 휴가지에서 입을 비키니 사진을 여기 저기 걸어둬 보자. 날씬한 몸 vs. 3개월 뒤 여름 휴가에 비키니를 입을 정도로 군살 없는 날씬한 몸. 어느 쪽이 더 다이어트 욕구를 자극하는가? 맞다, 후자다. 왜? ‘날씬한 몸’이라는 추상적인 목적을 갖고 있다면 삼겹살 한 점을 먹으며 ‘이 정도는 괜찮을 거야’라고 자기 위안을 하기 쉽다. 운동을 하루 빠지면서도 ‘내일 하면 된다’고 합리화 할 여지가 생긴다.
반대로 ‘3개월 뒤까지 비키니 입을 수 있는 몸’이란 명확한 끝 그림이 있다면? 우리의 뇌는 고기 한 점을 먹어도 다이어트의 끝 그림과 현실을 비교하며, ‘목적 달성을 거스르는 행동’을 처벌하려 아드레날린을 내뿜는다. 운동하기 귀찮은 순간에도, 비키니를 입은 사진과 다른 현재의 내 몸이 먼저 떠오른다. 한 마디로 찝찝한 것이다.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싶다면? 다이어트의 결과 완성되는 ‘명확한 끝 그림’을 반복해서 확인하자. 언제까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이처럼 하고자 하는 일의 끝 그림이 명확할수록, 뇌의 보상과 처벌 작용이 활발해져 일에 집중하고 몰입하게 된다.
이 힘은 조직에서도 그대로 발휘된다. ‘자, 우리 영업회의 시작해볼까? 새로운 판로 개척 아이디어 좀 얘기해 봐.’ 잠시 침묵에 빠진 회의실. 침묵도 깰 겸 김 대리는 그 동안 혼자 생각하고 있던 ‘재고 소진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했다. 예상보다 반응이 좋다. 박 대리가 뒤질세라 다른 의견을 보탠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한참 신나게 의견을 주고받다가 회의를 마쳤다. 그런데 막상 보고에 쓸만한 아이디어가 없다. 왜? 위에 보고할 내용은 ‘새로운 판로 개척’인데 회의에서는 ‘재고 소진’ 아이디어가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정도는 다르지만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산으로 가는 회의.’ 회의의 목적, 끝 그림이 명확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다. 간단한 회의라도 회의 주최자와 참석자가 목적에 대해 명확한 끝 그림을 가질 때,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물론 모든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명확한 끝 그림을 그리기란 어렵다. 하지만 이를 시도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성과는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다행히 여기 명확한 끝 그림 그리기를 도와주는 도구가 있다. 이 도구를 활용해 조직 생활을 해나가는 주요 순간만이라도 당신의 목적성을 자극하고, 성과를 끌어올려보자.
<명확한 끝 그림으로 목적성을 자극하려면? Keep Your Job>
주말마다 접대 골프를 치러 나가는 남편. 부인은 그런 남편에게 말 한마디 걸기가 싫다. 남편은 남편대로 서운하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가정을 만들려고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하는데 오히려 냉대를 당하다니. 이 부부가 갈등을 겪는 원인은? 남편이 해내려고 한 역할과 부인이 기대한 역할이 달랐다는 점이다. 남편은 돈만 많이 벌어오면 가족들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인은 돈도 중요하지만, 일주일에 단 하루만이라도 다정한 남편이자 아빠 역할을 해주길 원했다. 이처럼 서로가 기대하는 역할에 대한 끝 그림이 일치하지 않으면? 상대가 원하지 않는 일에만 힘을 쓰다 정작 원하는 일은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진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상사는 이번에 승진한 김 과장이 중간관리자 역할을 해주길 기대했다. 과장이 됐으니 맡은 업무 처리는 기본이고, 조직원들과의 소통에 힘쓰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반면 김 과장은 자신이 맡은 일을 잘 해서 승진했으니 앞으로도 맡은 업무를 완벽히 처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당연히 김 과장은 자기 일에만 몰입했고, 이를 마치면 기분 좋게 퇴근했다. 이 상황에서 김 과장에 대한 상사의 평가는 어떨까? 아무리 맡은 업무를 잘해도 상사가 기대하는 역할을 해내지 못한 김 과장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조직과 상사가 기대하는 역할을 명확히 인지하는 것. 자기 업무의 끝 그림을 확인해 성과를 내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혹시 당신이 김 과장 같은 상황에 빠진 건 아닌지 불안하다면? 또는 조직원들이 다른 데 헛힘 쓰지 않고 당신이 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리더라면? ‘Keep Your Job(표1)’이란 도구를 사용해보자. 양식도 따로 필요 없다. 리더와 부하가 종이 한 장씩만 가지고 있으면 된다. 이 종이에 리더는 부하에게 기대하는 바를 쓰고, 부하직원은 자신이 생각하는 중요한 일을 적는다. 그리고 서로 만나서 결과물을 맞춰보자. 일치하는 내용이 많을수록 좋다. 만약 다르다면? 지금이라도 상사가 조직원에게 기대하는 바를 명확히 해나가면 된다.
여기서 잠깐! 왜 이 도구의 이름이 Keep Your Job(네 일자리를 지켜라)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미국 몇몇 기업에서는 리더가 써온 내용과 조직원이 써온 내용이 정해진 비율 이상 다를 때, 그 조직원을 해고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름 그대로 활용하는 셈이다. 무섭다고? 조직에서 자신에게 바라는 역할을 충실히 파악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정도로 받아들이자. 당신이 리더라면, 최소 3개월마다 한 번씩 조직원들과 이 작업을 진행해보자. 당신은 북쪽으로 배를 몰아가는데, 당신을 돕는다고 남쪽으로 노를 젓는 조직원이 생기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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