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자들의 고통, PTSD의 무서움!
모두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치고 있을 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봉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100일 넘게 팽목항에 내려가 봉사하는 아주머니, 아저씨, 학생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중 유가족들의 트라우마를 치료해 주는 정혜신 박사는 독보적 존재다. 정혜신 박사는 10년 넘게 간첩 조작 피해자, 해고 노동자, 광주 5·18 피해자 등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을 치유한, 경험이 누구보다 많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다.
정혜신 박사는 지난 4월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월호 트라우마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에 한국 전쟁과 맞먹는 상흔이 남을 거>라고. 그 말은 맞다. 우리 역사상 세월호 참사만큼 전국민적 우울증을 앓게 한 사건은 별로 없었다. 따라서 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외상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에 대처하지 못하면 자살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문재인 의원 왼쪽이 정혜신 박사>
살다보면 누구나 자질구레한 스트레스를 받지만 대부분 적당한 방법으로 훌훌 털어버린다. 그러나 PTSD는 인간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 즉 ‘재앙적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보이는 반응이다. 월남참전 용사의 고엽제 후유증, 상품백화점 생존자, 고문 경험자 등이 그 재앙적 스트레스 반응을 보였다.
세월호 참사는 유가족들뿐만 아니라 전국민에게 죄의식을 갖게 했다. 아이들이 죽어가는데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죄의식으로 발전한 것이다. 죽어간 아이들이 내 아이 같은 감정이입에서 이른바 ‘집단 우울증’이 파생한 것이다. 세월호 생존 학생들은 더욱 극심하게 그 고통을 느낄 것이다.
부모들은 수학여행 보내지 말걸, 남들처럼 비행기로 보낼 걸, 내가 왜 잠수부가 못 되었을까, 하고 자신을 원망하게 된다. 죄의식은 유대감이 강할수록 더 깊게 느끼게 되는데, 이게 발전하면 트라우마가 되고, 그것을 치료하지 않으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정혜신 박사는 바로 그 비극을 막기 위해 몸소 나선 것이다.
정혜신 박사는 뼈 있는 말도 했다. <실질적인 관계가 없으면서도 거의 모든 국민이 죄의식, 미안함을 느끼는 건 사고를 당한 부모에 대한 심리적 동질감, 연대감 때문이에요. 그런데 대통령 혼자 죄의식을 안 느끼는 것처럼 보여요. 누군가에게 화내고 혼내고 있잖아요. 지금의 고통과 연결된 정서적 끈이 존재하지 않는, 다른 나라 사람 같아요. 대통령이 나서서 이런 끔찍하고 무기력한 마음들을 흡수해주지 않으면 칼에 찔리는 것 같은 이런 상황은 계속될 겁니다. 그러면 우린 끝내 가라앉을 수밖에 없어요.> 이 부분을 읽던 나는 손이 파르르 떨렸다.
PTSD는 적게는 2~3년, 많게는 10년 이상 치료해야 완치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트라우마 치료 센터가 설립되어야 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정혜신 박사는 <안산에 세월호 참사를 집중 치유하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가진 PTSD센터를 만들어 10년간 활동하게 했으면 해요. 세월호 피해자와 피해 영역들을 샅샅이 찾아내서 끝까지 치유하고 책임져야 합니다. 그래야 그들도 우리도 다 같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정혜신 박사는 말했다. <모든 식구가 거의 똑같이 힘들다는 것을 서로 인지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래야 결국 모두가 살 수 있게 돼요. 예를 들어 세 식구가 남았다면 이제부터 우리가 함께 헤쳐나가야 하는 동반자다, 지금 나만 아프고 나만 감정이 있는 게 아니라 똑같이 힘들다는 생각이 들면 내 고통도 조금은 객관화될 수 있다>고.
정혜신 박사님 고맙습니다. <한겨레21> 인터뷰 내용을 보고 덕분에 많은 걸 알게 되었고 슬픔을 겪었을 때 사회적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대통령 혼자 죄의식을 안 느끼고 있다'는 말에 슬픔과 분노를 느낍니다. 하루 종일 유병언으로 도배하는 언론도 공범입니다. 소중한 시간을 유가족 심리치료로 보내시는 박사님의 따뜻한 마음이 바로 국민들 마음입니다. 끝까지 유가족을 돌봐주십시오. 저희들도 그 참뜻 오래 오래 기억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앞장서겠습니다.
2014년 7워 29일
아고라 네티즌을 대신하여 coma 올림.
공감과 연대는 트라우마 치료의 가장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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