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행동론의 `구루` 히스 형제, 의사결정 원칙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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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경영자(CEO)와 10대 청소년 중 어느 쪽이 의사결정을 더 잘할까. 당연히 CEO일 것 같다. 그러나 폴 너트 박사에 따르면 CEO들이 10대보다 나을 게 없었다. 양쪽 모두 `할까 말까` 식의 잘못된 의사결정 패턴을 보이기 때문이다. 다른 대안을 고려하지 않는 이런 식의 의사결정은 실패율이 52%에 이른다. 너트 박사가 CEO의 의사결정 168건을 조사한 결과, CEO들은 `A라는 마케팅 캠페인을 할까, 말까`라는 식으로 의사결정을 했다. 더 나은 대안에 대한 고민은 별로 하지 않았다. 이성 친구와 다툰 10대 청소년이 `친구와 헤어질까, 말까`를 고민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이다. 10대들은 친구와 다툼을 해결할 다른 대안을 고려하지 않곤 한다. 그렇다면 왜 CEO들이 미성숙한 10대처럼 의사결정을 하는 것일까. 조직행동론 분야의 구루(guru)로 꼽히는 히스 형제는 최근 매일경제 MBA팀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무의식적, 자동적으로 눈앞의 정보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맞추고 선택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CEO들은 눈앞에 놓인 A라는 마케팅 켐페인에만 자동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판단한다는 뜻이다. 이 같은 함정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히스 형제는 "간단한 프로세스를 따르기만 해도 의사결정의 성공 확률을 매우 높일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자신있게 결정하라`라는 저서에서 WRAP 프로세스를 제시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히스 형제는 "프로세스는 직관보다 훨씬 효과적이며 분석보다 6배나 강력한 의사결정의 도구"라고 말했다.
-프로세스가 왜 그토록 효과적인가. ▶WRAP 프로세스에서 제시하는 원칙들은 단순하지만 본능적이지 않다. 인간의 본능은 이런 원칙들을 무시하려 한다. 따라서 이런 원칙들을 상기시키는 프로세스를 따르기만 해도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외과의사들은 체크리스트 덕분에 수술 시 오류를 엄청나게 줄였다. 체크리스트에 특별한 게 전혀 없는데도 큰 효과를 발휘한 까닭은 무엇일까. 바로 프로세스 때문이다. 체크리스트 덕분에 의사들은 수술을 할 때마다 올바른 원칙을 지키게 됐다. 의사결정 역시 마찬가지다. 올바른 원칙을 지키도록 도와줄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실수를 피하고 싶다면,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무엇인가를 체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내가 고려하지 않은 다른 대안이 있는 게 아닌가`라고 자문해야 한다. -WRAP 모델의 핵심은 스포트라이트를 자동에서 수동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스포트라이트에 비유한다. 의사결정 시에 우리의 뇌는 자동적으로 어떤 종류의 정보를 고려하게 된다. 예를 들어 당신이 어떤 결정을 한다고 해보자.(강남역 근방에 식당을 내기로 했다고 하자.) 그러면 자동적으로 어떤 대안을 떠올릴 것이다.(어떤 사람은 갈빗집을, 다른 사람은 해산물 식당을 대안으로 떠올릴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자동 스포트라이트다. 우리는 자동적으로 어떤 정보를 떠올려 여기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은 스포트라이트를 수동으로 전환한다. 자동적으로 쉽게 얻어지는 정보와 직감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직감과 반대되는 정보를 비롯해 의식적으로 정보를 수집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직감에 대한 잘못된 신화가 있다. 위대한 리더는 직감을 신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직감를 믿어야 한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대신 프로세스를 믿어야 한다. -WRAP 프로세스의 원칙 자체는 단순해 보인다. ▶의사결정의 실패를 낳는 함정에서 벗어나는 방법 중 일부는 매우 간단하다. 결정하기 전에 간단한 암시 또는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히스 형제는 자신들의 책 `자신있게 결정하라`에서 14.99달러짜리 비디오 구매에 대한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소비자들에게 `(A) 비디오를 구매한다`와 `(B) 비디오를 구매하지 않는다` 중 하나만 선택하게 했을 때에는 무려 75%가 (A)를 선택했다. 그러나 (B)를 `비디오를 구매하지 않는다. 다른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14.99달러를 아껴 둔다`로 바꾸었을 때에는 55%만이 (A)를 선택했다. 대안이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기만 해도 소비자들은 더욱 현명하게 구매 결정을 할 수 있다.) -여러 대안을 고려하는 `멀티 트래킹`을 당신은 권한다. 그러나 선택안이 많으면 의사결정의 비용이 높아지지 않는가. ▶소비자들에게 너무 많은 선택권이 주어지면 (선택을 못하는) 얼음 상태가 된다. 17 가지의 휴대폰 중에서 한 가지를 고르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멀티 트래킹은 이처럼 많은 선택안을 고려하라는 게 아니다. 한두 개의 대안을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훨씬 더 효과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2~3개의 대안으로 충분하다.
▶스티브 콜 호프랩 부소장은 "인생을 살면서 `이것을 할까, 아니면 저것을 할까`라는 고민이 들 때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는 질문을 던져 보라"고 했다. 많은 경우에는 둘 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콜 부소장이 디자인 회사에 프로젝트를 맡겨야 했을 때였다. 그는 5개 회사를 동시에 고용했다. 여러 회사로부터 기획 제안을 받은 뒤에 한 회사를 고르는 일반적인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다만 콜은 돈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프로젝트 규모를 줄여 핵심적인 디자인 문제에 집중했다. 그 결과 콜은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배웠다. 최종적으로 1개의 업체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콜은 어느 회사가 최적인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CEO들은 자신의 믿음을 확증하는 증거만 보는 `확증편향`이라는 함정에 빠진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반대 의견을 장려하라고 당신은 조언한다. 그러나 보스의 믿음에 반대하기란 쉽지 않다. ▶두 가지 전략이 있다. 첫째는 보스에게 실험을 제안하는 것이다. 보스의 아이디어를 소규모로 테스트할 방법을 제안하라는 뜻이다. 실험 결과를 통해 보스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틀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둘째는 `인계철선`을 설치하는 것이다. 인계철선은 어떤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는 신호가 된다. 보스가 승인한 이메일 마케팅이 터무니없는 결정이라고 해보자. 당신은 보스에게 0.5%와 같은 특정한 숫자를 인계철선으로 제안할 수 있다. "만약 이메일 응답률이 0.5% 미만이라면 마케팅 아이디어를 재고하는 게 어떨까요"라고 보스에게 말하면 된다. -당신은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방법으로 `우칭`(Ooching)을 제안한다. 우칭도 실험의 일종인가. ▶우칭은 몇 가지 작은 실험으로 아이디어ㆍ대안 등을 검증하는 것을 뜻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실험 없이 의사결정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황당하다. 해마다 학생들은 머릿속으로만 몇 시간 고민해 대학이나 로스쿨, 의과대학 진학을 결정한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하루라도 보낸 뒤에 의사결정을 하는 학생은 별로 없다. 머릿속 고민은 며칠 간의 실험에 비하면 가치가 없다. -직원 채용에서도 실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까닭은. ▶대부분 기업의 직원채용 제도는 엉망이다. 인터뷰에 대한 신뢰도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알쏭달쏭한 질문을 하거나, 45분 동안 면접을 보는 식의 방법은 효과가 별로다. 채용됐을 때 맡게 될 업무와 비슷한 일을 시켜보는 게 최선이다. 업무 샘플을 주고 어떻게 일을 처리하는지 관찰하는 게 낫다. -당신은 `줌 아웃`(확대)과 `줌 인`(축소) 두 가지 방법을 함께 사용하라고 조언한다. ▶친구가 레스토랑을 열까 고민한다고 해보자. 줌 아웃은 전반적인 레스토랑 사업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다. 신규 레스토랑의 평균 성공률 등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다. 반대로 줌 인은 레스토랑 운영이 실제로 어떤지 클로즈업해 관찰하는 것이다. 몇 주 동안 레스토랑 매니저를 따라다니며 조사하는 것이 줌 인이다. 두 가지 방법을 함께 활용하면 머릿속에 있는 좁은 생각에만 집중하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단기 감정이 의사결정을 왜곡시키는 까닭은 무엇인가. ▶익숙한 것들에 대해 느끼는 호감(단순 노출 효과)이 그런 경우다. 우리는 오래된 업무 방식에 익숙해져 호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새롭고 혁신적인 업무 방식을 거부한다. 손실회피 심리도 의사결정의 왜곡을 낳는다.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오면 100달러를 벌고, 뒷면이 나오면 50달러를 잃는 게임이 있다고 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게임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100달러의 이익보다 50달러의 손실을 더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은 이 게임을 해야 한다고 주장( 기대이익이 25달러로 0보다 크기 때문이다)하지만 사람들은 손실회피 심리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한다. ■ Who they are… 최고의 조직행동론 전문가. 스위치, 스틱 등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썼다. 최근에 출간한 `자신있게 결정하라`(Decisive)는 아마존 선정 2013년 경영도서 5위에 올라 있다. 칩 히스는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이며 댄 히스는 듀크대 CASE센터 선임 연구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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