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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 -

게디 2006. 10. 9. 13:14
세일즈맨에서 2조원 그룹 회장으로

헤럴드경제 10/09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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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금(61) 회장은 세일즈맨들 사이에서 신화적인 존재다.

대학 졸업 후 브리태니커코리아의 영업사원으로 입사, 1년 만에 전 세계 세일즈맨 중에서 가장 우수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벤튼상’을 수상할 정도로 발군의 실력을 과시했다.

윤 회장 자신도 세일즈맨 출신임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당시 척박한 영업 최일선을 누비고 다닌 경험이 오늘날 2조원 그룹을 가꾼 원동력이 됐기 때문이다.

세일즈맨 경험은 윤 회장의 인생관도 바꿔놓았다.

“이전에는 제 처지를 비관하며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세일즈를 하면서 제 자신부터 180도로 바뀌었습니다.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밝은 얼굴로 고객을 만나야 책을 팔 수 있게 되다 보니 스스로 긍정적인 인간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더운 날 땀이 뻘뻘 나면 그는 ‘내 몸 안의 노폐물이 다 빠지고 있으니 얼마나 좋아’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서 윤 회장은 직원들에게도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신바람나게 살아라”는 조언을 잊지 않는다.

또 신바람나는 직장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칭찬과 미소, 유머를 잊지 않는다.

윤 회장 스스로 처지를 비관했듯이 출생과 성장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충남 유구읍 만천리 시골 가정의 9남매 장남으로 태어나 중학교 졸업 후 가정형편으로 학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학창시절의 꿈은 ‘은행원’. 은행의 많은 돈이 은행원들의 돈인 줄 알았다는 것. 은행원이 되기 위해 명문인 강경상고에 입학했고 이어 건국대 경제학과에 진학했다.

학비와 생활비는 각종 아르바이트로 충당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음료 대리점을 시작했으나 자본 부족으로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이때 우연히 세일즈맨 모집광고를 보고 찾아간 곳이 브리태니커 한국지사 부산지점. 세일즈 업무는 그의 숨은 재능을 맘껏 발산할 수 있었던 천직이었다.

부산지역에 아무런 연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국 1등을 놓치지 않았다.

입사 1년 만에 벤튼상을 수상했다.

이 같은 발군의 실력으로 그는 초고속으로 승진해 입사 10여년도 안 돼 상무 명함까지 달았다.

이때 이화여대생이었던 부인 김향숙 여사도 만났다.

백과사전을 팔기 위해 접근했다 결혼에까지 골인한 것이다.

결혼 후 윤 회장은 브리태니커에서의 탄탄대로를 뒤로 하고 창업을 꿈꾸기 시작했다.

판매뿐 아니라 제작과 디자인 등 출판의 전 과정을 스스로 체험해보고 싶었다.

회사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판매의 귀재인 그를 잃고 회사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 주변의 억센 만류를 뿌리치고 퇴직한 그는 1980년 4월 1일 남대문로 대우빌딩 12층에 작은 사무실을 얻어 도서출판 헤임인터내셔널을 출범시켰다.

첫 상품은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던 영어회화 교재 ‘메슬’. 영어회화가 녹음된 테이프를 수입한 뒤 한글판 해설서를 덧붙여 냈다.

‘메슬’은 한 세트가 55만원에 이르는 고가품이었지만 세련된 편집과 내용으로 불티나게 팔렸다.

그해 7월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가 과외금지 조치를 단행했다.

윤 회장은 ‘과외가 금지되니 집에서 공부할 수 있는 학습 테이프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갖고 곧 제작에 돌입했다.

이 상품이 과외금지 조치 속에서 고교 학습 참고서의 대명사가 된 ‘헤임고교학습’이었다.

발매 당시 판매가 부진하자 윤 회장은 과감하게 일간지에 전면 컬러 광고까지 냈다.

당시 전면 컬러 광고는 재벌 대기업이 아니면 꿈도 못 꾸던 형편이었다.

‘헤임고교학습’의 성공으로 사업 기반을 잡은 윤 회장은 평생의 꿈이었던 아동 전집물 개발에 착수했다.

회사이름도 웅진으로 바꿨다.

윤 회장의 고향인 공주의 옛이름이기도 하고 진취적이고 웅장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윤 회장은 술회했다.

아동도서사업은 웅진에 공전의 히트를 가져다 주었다.

84년 총 제작비 8억원이 투입돼 36권으로 완간된 ‘어린이마을’은 출판사상 전무후무한 700여만권, 450억원의 판매액을 기록했다.

언론에서는 ‘교과서로 사용해도 좋을 도서’라는 찬사를 보냈다.

당시 외국동화를 번안하거나 카피한 책만 떠돌던 한국에서 고유의 생태와 문화자연을 담은 어린이마을의 출간은 한국의 출판사를 뒤흔든 ‘역사적 사건’으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