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log.sportsseoul.com/konnan777/4227 - WWE 해설자 성민수님의 글입니다.
지난 11월 5일 있었던 PRIDE의 Bushido 13에는 격투기 팬들에겐 낯선 인물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WWE 팬들이라면 기억이 가물가물할 수 있는 선수이기도 했습니다. 눈썰미가 있으신 분은 역도산 영화에 나온 선수가 아닌가 싶으셨을 겁니다. 이 선수는 바로 마이크 바튼(Mike Barton)입니다. WWE에서는 바트 건이란 이름으로 활약했었지요. 요즘 사람들은 세상살이의 팍팍함을 탓하며 사오정, 오육도에 이어서 삼팔선, 이태백 등의 신조어를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이미 운동선수들은 이미 이전부터 그런 딜레마에 봉착하곤 했습니다. 일부 선수들이 부와 명예를 한 손에 거머쥐지만 그 밑에는 수많은 선수들의 고통과 한숨이 숨겨져 있곤 합니다. 마이크 바튼은 그나마 나은 축이긴 하지만 후자에 속합니다. 이번 미노와 이쿠히사와의 경기도 둘의 대결이라기보다는 ‘거구와의 대결에서 굴하지 않고 이기는 미노와’라는 컨셉에서 출발했다고 보는 것이 옳았습니다. 이미 자이언트 실바, 버터빈, 키모 등을 꺾어왔습니다. 마이크 바튼도 덩치만 좋을 뿐 나이도 많고 MMA에서 경력은 보잘 것 없기에 미노와를 돋보이게 만들 아주 좋은 상대였지요. 1995년 1월 23일엔 1-2-3 키드와 밥 할리의 팀을 잡고 처음 태그팀 챔피언에 올랐습니다. 1995년 9월 25일엔 이제 둘 다 고인이 되어버린 오웬 하트와 요코주나의 팀을 꺾고 두 번째로 태그팀 타이틀을 차지했습니다. 1996년 5월 26일엔 헨리 & 피니어스 갓윈을 잡고 세 번째로 태그팀 타이틀을 가져갔지요. 하지만 바트 건은 다소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빌리 건이 좀 더 위라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에 태그팀은 해체가 되고 서로 잠깐 갈등 관계를 맺다가 빌리 건은 싱글 선수를 거쳐 DX까지 올라간 반면 바트 건은 밥 할리와 팀을 이뤄서 그 자리에 머물렀지요. ‘Bodacious Bart’와 ‘Bombastic Bob’으로 이뤄진 ‘The New Midnight Express’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팀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바로 실전 스타일의 경기에서 둘이 상대했다가 승패가 갈린 후 라커룸에서 난투극을 벌였기 때문이지요. 다른 선수들도 같은 의도로 대거 참여했습니다. UFC에서 챔피언을 지냈던 댄 세번이나 무술 유단자인 스티브 블랙맨, 권투선수 출신인 마크 메로, 터프하다고 알려진 브래드쇼, 마크 켄터베리, 사비오 베가, 밥 할리 등이 나오면서 다소 쉽지 않은 이벤트로 진화되었습니다. 원래 이 경기가 기획된 의도는 아마추어 레슬링에서 이름을 날린 ‘닥터 데스’ 스티브 윌리엄스를 우승시켜서 스톤 콜드 스티브 오스틴과 대립을 시키려는 것이었습니다. 선수층이 WCW에 비해 얇았던 WWE가 낸 고육책이었지요. 사실 초기엔 당시 선수 인사담당인 짐 로스와 껄끄러워졌습니다. 하지만 이게 스토리로 응용되면서 이후 밥 할리나 스티브 윌리엄스와 대립을 맺었고 싱글로서 어느 정도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바트 건은 이제 일본에 진출, 마이크 바튼이라고 이름을 바꿨습니다. 일본에서 유명했던 스티브 윌리엄스를 KO로 이겼기에 우선 전일본 프로레슬링에 진출했지요. 전일본 프로레슬링에는 짐 스틸과 태그팀을 이뤘습니다. 이후 좀 더 나은 대우를 보장한 신일본 레슬링에 2002년 이적을 감행합니다. 2004년 12월 31일 이후 미노와 이쿠히사의 상대를 본다면 미르코 크로캅, 사쿠라바 카즈시, 무릴로 부스타만테 같은 실력자들에게는 승리하지 못했습니다. 실력으론 정상에 설 수 없다는 의미가 되겠지요. 크로캅과의 경기는 이미 승패가 기울었지만 미노와의 인기를 높일 수 있는 기회 정도로 볼 수 있었습니다. 반면 킥복서인 스테판 레코에게 너무도 쉽게 승리를 거둔 것을 필두로 키모, 자이언트 실바, 버터빈까지 주로 외국인 거인들을 제압한 것이 주요 스토리였습니다. 40줄에 접어든 마이크 버튼도 PRIDE의 의도에 따른다면 ‘40대의 반란’이 아니라 ‘미노와의 제물’이 되는 스토리에 투입이 되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잘 해주었습니다. 적어도 그렇게 망신스럽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출전여부를 미리 알았기에 그렇다고 답변했지만 마음속으로 괜히 안타까웠습니다. 프로레슬러가 출전하면 언제나 신경이 쓰이는 것은 늘 있는 일입니다. 숀 오헤어가 지난 번 PRIDE 32에서 버터빈에게 어이없이 잡히던 것도 저의 입장에선 가히 보기 좋은 일은 아니었지요. 마크 콜맨이나 캐빈 랜들맨도 HUSTLE에서 프로레슬러 생활을 하고 심지어 어네스트 호스트도 밥 샙과 프로레슬링 경기를 하기도 했지만 일부 사람들은 그저 WWE 출신 선수들이 격투기에서 무너지는 것만 언급하고 있습니다. WWE 출신들의 매명행위인가요? 저의 눈에는 그저 생존을 위해서 투쟁하는 사람들이 보일 뿐입니다. 살기 위해서 가야 하는 길은 지금까지 계속 가던 길이지만 이젠 큰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트 건이나 숀 오헤어나 대안이 없이 계속 가고 있을 뿐입니다. 지난 번 터프 이너프 4 출신의 저스티스 스미스의 격투기 데뷔전에 어이없이 무너진 후 WWE에 고용의사를 물었던 숀 오헤어도 꽤나 다급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재고용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격투기를 할 뿐입니다. 우리 인생에서 모두가 빛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선수들에게 언젠가 좋은 결과가 반드시 있길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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