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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바르싸 팬과 함께한 K리그 (서울 대 수원)

게디 2007. 4. 9. 21:57

먼저 본 기자는 서울 태생으로서 FC서울의 팬으로 이 기자를 썼음을 명시합니다.

 

본 기자는 2005년부터 2006년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유학생활을 보냈다.

짧은 1년이라는 기간이었지만, 바르셀로나에 대한 이미지는 태양, 자유로움, 그리고 축구였다.

세계 최고의 축구 클럽 중 하나인 FC바르셀로나, 일명 '바르싸(본 기사에서는 스페인어식 발음으로 표기하였습니다.)'와 지역 더비인 RCD에스빠뇰이이 있는 곳이 바르셀로나이다.

 

그곳에서 만난 지극히 평범한 스페인 학생 라울. (사실 성은 잘 모릅니다. 항상 '라울'이라고만 불러서..)

그는 축구 전문 평론가도 아니고 선수처럼 축구를 잘 하는 것도 아니다.

그는 단지 세계 최고의 축구클럽을 25년동안 보면서 축구를 좋아하는 평범한 친구이다.

그 친구가 부산에 있는 부경대학교로 교환학생이 되어 왔고,

화창한 4월 8일, K리그 최고의 빅매치에 초대를 했다.

 

 

이 이야기는 지극히 평범한 한국인 청년과 스페인 청년의 이야기이다.

 

때는 2007년 4월 8일 오후 12시 30분.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2년만에 다시 보는 라울을 만났다.

서로 안부를 차분하게 묻기도 전에 전철을 타고 상암동으로 향했다.

아니나다를까 6호선 월드컵경기장 역에서 하차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마치 2002년 월드컵의 분위기가 재연되는 듯했다. (안타깝게도 본 기자는 그당시 이등병이었다.)

흥분되는 마음으로 라울에게 말했다.

"Hoy, no es normal. (오늘은 정말 평범하지 않을걸.)"

"Si? No es normal? Porque? (진짜? 평범하지 않다고? 왜?)"

-이후부턴 그냥 해석만 쓰겠습니다.

 

사실, 유럽에서 수많은 인파가 축구장쪽을 향하는 모습은 매주 볼 수 있는 아주 흔한 장면이다.

그런 모습이 오늘 서울 상암동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었고,

라울에게는 그다지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곧장 이해한다는 말을 했다.

 

"순(본 기자 애칭), 야구에 대해서 좀 알아?"

"당연하지, 야구는 갑자기 왜?"

"부산에서는 축구를 별로 안 좋아해. 대신 야구를 많이 보더라고. 롯데팀인가? 난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야구란 걸 봤어."

 

매주 대부분의 유럽인들이 축구장과 축구를 보기위해 Bar를 찾는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다. 반면, 우리에겐 너무나 많은 기회가 있었다.

축구, 야구, 농구, 배구.....

어쩌면 우린 그 기회들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한건 아닐까?

 

웅장한 월드컵 경기장이 우리를 맞았고, Camp Nou에 비해 결코 손색이 없는 그것을 보면서

나는 내심 뿌듯함을 느꼈다.

역사는 길지 않지만, 축구보기엔 너무나 좋은 환경. 그런 자부심이 들었다.

라울도 한국에서의 추억을 남기기 위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경기 시작 1시간 30분 전이었지만, 이미 양팀 서포터즈는 많이 와있었다.

그들의 모습이 흥미로웠는지 사진을 찍으면서 얘기했다.

 

" 전에 세계클럽월드컵 일본에서 바르싸랑 인떼르나씨오날이랑 붙었던 경기에 한쪽은(N석)은 전부 바르싸 서포터즈고, 다른 한 쪽은(S석)은 전부 인뗴르나씨오날 팬들이고 , 나머지는 (E,W석)은 전부 일본사람이었어. 나도 바르싸 응원하러 갔는데 표를 못 구해서 W석에서 일본사람들하고 있었어. 일본 사람들은 가만히 조용히 있는데, 내가 큰소리로 응원하니깐 일본사람들이 쳐다보더라고."

 

바르싸와 인떼르나씨오날 서포터즈가 왔다길래 의아해서 다시 물었다.

"서포터즈? 일본에 사는 스페인 사람들하고 브라질 사람들이야?"

"아니, 바르싸는 다 바르셀로나에서 왔고, 인테르나씨오날은 브라질에서 왔지."

 

순간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까지 와서 바르싸 경기를 보러 일본에 간 라울도 대단하지만,

스페인과 브라질에서 일본까지라.....

그것도 단지 클럽을 응원하기 위해서...

만약 전북이 결승에 올라 바르싸와 붙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경비를 다 대준다고 해도 과연 N석을 가득 채울 수 있을까요?

그들의 놀라운 열정에 다시 한 번 놀랐다.

그리면서 라울이 말을 이었다.

 

 

"레알 마드릳과 경기가 있는 날이면 깜노우는 냄비같이 돼. 모든 사람들이 앉지도 못하고 흥분해서 바르싸 응원가를 부르고, 소리치고... 너무 흥분해서 경기장 전체가 냄비같이 돼."

 

그가 말하는 바르싸 서포터즈.. 아니 굳이 바르싸 유니폼을 입지 않았더라도, 바르싸를 응원하는 모든 관중들이 경기장을 압도하는 모습.

우리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 바로 2002년 월드컵.

상대팀들은 경기장을 가득 메운 붉은색에 압도당한 것이다.

그리고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매 경기, 그것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라울이 말하는 그들의 모습은 나를 비롯해 K리그의 모든 서포터즈가 꿈꾸는 모습이었다.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었다.

사실 본 기자는 지금까지 축구장보다 TV로 축구를 봐왔기 때문에

경기 도중 해설(TV)이 안 들리니 좀 썰렁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최다관중 수는 기록했지만,

주말을 이용한 가족, 연인 관중이 대다수였을 것이라 추정되기 때문에

축구 관중 문화를 잘 모르는 분들이다보니 박수를 쳐야할 때를 몰라 역시나 썰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부상 선수때문에 아웃시킨 공을 다시 상대방에게 줄 때, 선수들이 수비와 공격에 있어 좋은 모습을 보였을 때)

마치 느긋한 분위기의 야구를 보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야구가 느긋하다는 말이 아니다. 야구는 특성상 쉬는 시간이 많다.)

 

경기면에서 안타까운 점은 선수들의 태도와 반칙이었다.

전반전에 박주영 선수가 마토를 뚫고 공을 몰고 골대를 향해 뛰어갔다.

하지만, 페널티 구역에서 반칙을 유도하는 듯한 모습으로 넘어졌다.

물론 심판은 파울을 불지 않았다. 순간 옆에서 라울이 소리쳤다.

 

"너무 느리다!!!"

 

나는 박주영 선수가 느리다는 생각보다는 파울을 유도했을 거란 생각에 라울에게 설명했다.

 

"박주영이 파울을 유도하는데 그게 실패한 거야."

 

하지만, 라울의 한마디로 인해 내 머릿속엔 궁금증이 커져만 갔다.

 

'왜 박주영 선수는 전력으로 뛰어서 슛을 하지 않았지? 그게 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라울은 그들의 리그에서 골잡이들이 찬스를 놓치지 않는 모습을 봐왔다.

사무엘 에토가 순식간에 수비진을 와해시키고 돌파해서 골을 넣는 장면.

페널티를 얻어 골을 넣는 것도 훌륭하지만,

더 멋진 돌파에 더 멋진 슛으로 골을 넣는 것.

바로 팬들이 원하는 건 이런 것이 아닐까?

그런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선수들을 봐오다가 박주영 선수의 그 플레이를 보고

'느리다'라고 평가내리는 건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라울은 박주영 선수가 골을 넣기 위해 달렸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또 다른 아쉬운 점은 반칙이었다.

열심히 하는 건 좋지만, 과도한 것은 나를 다치게 하고 그 누군가를 다치게 하는 것 같다.

마토 선수의 경우에는 기술적인 수비에 열심이 더해져 멋진 수비를 보여줬다.

반면, 진공청소기 김남일 선수는 정말 과도한 수비를 보여줬다.

그에게 분명 열정이 있다.

하지만, 기술이 없기 때문일까? 기본적인 배려가 없기때문일까?

그의 반칙들은 상대방을 다치게 했고, 본인을 다치게 했고, 팬들의 기분 좋은 마음을 다치게 했니다.

수원 선수 누군가가 거칠게 파울을 하자 뒤에 있던 어린 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또 김남일이지?"

 

경기는 결국 0:1 수원의 승리로 끝났다.

개인적으로는 서울 선수들이 B석 쪽에 와서 인사해주길 바랬으나 N석 인사를 마치고 바로 들어갔다.

선수들을 기다리던 나와 약 100여명의 관중들을 뻘쭘해졌다.

아쉬웠지만, 스페인 친구와 좋은 시간을 보낸 것에 만족하며 경기장을 나섰다.

 

라울에게 물어봤다.

"오늘 경기 어땠어?"

"굉장히 좋은 시간이었어. 좋은 경기장, 좋은 선수들, 좋은 경기. 재밌었어."

 

아무리 세계 최고의 경기를 봐오던 그라도 외로운 타지 생활에서

K리그 경기를 경기장에서 보는 건 최고의 여가 활동이다.

아마 그도 나중에 바르셀로나에 돌아가서 다시 그의 팀을 응원할 때

K리그의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선수들의 기술은 조금 부족하고,

최고의 빅매치임에도 불구하고 5만 5천여명 정도의 관중밖에 안 들어오고 (바르싸같은 대형 클럽은 평균 6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라이벌전은 암표가 100만원을 넘는다. 실제 본 기자에게도 RCD에스파뇰과 레알 마드릳의 암표를 그 당시 800유로에 불렀다. 당시 환율이 1유로=1400원)

조금 화려하진 않아도

경기를 응원하고 즐기는 관중들의 열정은 인상깊게 남았을 것이다.

 

저녁 식사 후 라울은 고맙다고하며 선물 하나를 건냈다.

작년에 한국에 오면서 여러 개 사온 것이라고 한다.

바로 바르싸 열쇠고리.

이걸 가방에서 뒤적거리면서 꺼내주는걸 보니 이걸 가지고 다니면서

친구들에게 선물로 주는 거라 생각했다.

보통 유럽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교류가 많다보니 본인의 도시에 관련된 선물은 한다.

바르셀로나에 사는 라울에겐 고장의 축구팀 열쇠고리가 대표 선물이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그의 자부심이 부러웠다.

사실 바르싸 열쇠고리는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그 누구에게도 좋은 선물이 아닌가...

 

나도 훗날 FC서울의 열쇠고리 혹은 명함집 등을 다른나라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싶다.

 

 

           
출처 : 스포츠
글쓴이 : 맑은바가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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